얼마 전 “만삭임산부 아내 살인사건’처럼 피해자는 죽어서 말이 없고 죄를 밝혀줄 법의학자가 없었다면 우린 정말 답답했을 게다. 목재분쟁사건들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더 심각하다. 분쟁으로 인해 우리주변에는 신음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12년간 신문을 발간하면서 우리주변에서 벙어리 냉가슴 앓는 안타까운 일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바로 목제품으로 인한 분쟁 건이다. 아무리 뛰어난 판사라 한들 목재를 알지 못하면 합당한 판결을 내리지 못한다. 합의만 종용하기 일쑤다. 전문가 감정을 하려 해도 전문가들은 이에 선뜻 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악용해서 고소부터 해 놓는 사건들도 종종 접하게 된다.
지인 중에도 납품한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손해배상이니 압류니 가처분이니 하는 듣도 보지도 못한 억울하고 황당한 일들을 당했다고 하소연 해 오기도 한다. 납품했던 제품에 할렬이 극소량 발생했는데 주문자는 모두 쓰지 못한다고 배상해 달라는 내용이다. 원고는 피고가 제품의 관리를 잘 못해 일어난 일이라 하고 피고는 제품을 잘 못 만들어 발생한 것이라 주장한다. 판사의 판결에 앞서 미국 드라마의 'CSI'처럼 과학적으로 검증해줄 기관이 없어 분쟁해결이 쉽지 않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분쟁은 몇 사람만 붙들고 물어 보면 금방 드러난다.
목제품의 경우 생산, 시공, 관리상에서 발생하는 하자 문제 때문에 책임의 한계를 놓고 심각한 분쟁을 겪는다. 심하게는 기업의 운명이 왔다 갔다 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무역부문에서도 주문한 제품이 안 오고 다른 물건이 오거나 심지어 쓰레기가 담겨오는 일도 발생한다.
이런 분쟁은 회사의 규모에 불문하고 다반사로 나타난다. 특히 표시나 등급이 불분명하고 시공과 관리에 대한 매뉴얼이 약한 산업에서는 더욱 문제다. 큰 규모의 마루업체들도 시공현장에서 제품하자인지 시공하자인지를 두고 심각한 논쟁을 하지만 결국 제조 회사가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다반사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하자는 매일 일어나는 데 더 심각한 상황은 하자분쟁을 해결해 주는 기관이나 기구가 우리에겐 없다. ‘공정거래 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같은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산림청이나 산림과학원에서 억울한 송사에 대해서 확실한 원인을 밝혀주고 과실을 분명하게 할 ‘목제품분쟁위원회’를 만들어서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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