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집 페르고코리아(주) 박사
우리 집안에서 사용하는 가구와 내장재들을 살펴보았다. 각종 붙박이장, 신발장, 부엌가구 그리고 수납장들이 모두 파티클보드에 표면재가 가공된 목질재료들이 주 원료다. 또한 강도를 요하는 책꽂이도 목질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비교적 견고하다고 하지만 일부는 아래로 쳐저서 목질재료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관심을 갖고 보니 아이들용 키작은 책꽂이 하나와 서랍장 2개가 원목으로 돼 있다. 라디에타 파인을 집성한 가구들이다. 집성목이라 시각적으로는 원목에 못미쳐도 다른 목질재료로 제작된 가구보다는 훨씬 견고해 구입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다.
국산목재의 자급이 매우 미약한 현실에서 목질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원목을 대부분은 수입해 조달하는 우리로서는 그 부산물을 알뜰하게 이용하는 것도 좋고, 일부분이기는 하나 간벌재와 같이 국산재도 생산되는 현실에서 합리적인 용도,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 원목제품을 기대하는 것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취미로 수집해온 음악 CD, DVD들이 늘어나 수납을 해야 할 필요가 생겨 여기 저기 알아보기 위해 다니고 있다. 처음 구입한 CD장은 이제 다 차서 새로 하나 더 장만해야 할 처지이다. 원음 소스가 더욱 간단해서 음원구입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지만 내게는 아직 음반 소유욕이 남아 있어서인지 여전히 CD음반을 구입해 오고 있다. 허니 이를 수납하기 위한 나의 가구찾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으니 휨 강도가 그리 커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원목이 자꾸 눈에 들어 온다.
단순히 고가의 명품 원목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냥 파티클보드, 합판, 섬유판과 같은 목질재료가 아닌 순수 원목으로 조그마하게 내 손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DIY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공구도 꽤 갖추고 있고, 기본은 있으니까 안 되리라 부정적일 필요도 없으리라.
활엽수재보다야 손질이 편한 침엽수재로, 두꺼울 필요는 없고 1센티미터 정도의 두께로 잘 건조된 나무로 뚝딱 뚝딱 만들어 보고 싶다. 굳이 칠할 필요도 없고 그저 표면만 말끔하도록 다듬으면 될 것 같다.
목재를 공부하고 게다가 목재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목가구를 늘 구입해야 하는 물건으로 본 내가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투박하기야 하겠지만 나무를 구해다가 나름대로 재주를 부려보는 것도 여가요 취미가 된다고 남들에게는 얘기하면서 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공구들은 왜 그리 사들였던 건지….
더 늦기 전에 스케치를 해 보아야겠다. 요리조리 궁리를 하면 쓸만한 가구가 내손으로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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