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 돼지는 도축돼 부위별로 등급을 구분해 유통망을 통해 시장으로 팔려 나간다. 부속물인 곱창이나 등뼈, 껍질도 등급은 없지만 동일하게 팔려 나간다. 그러나 고기가 아닌 부속물을 얻기 위해 도축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산림에서 벌어지는 행태는 이와 반대다. 부속물보다 못한 임지폐잔재의 처리가 우선이다. 용재 생산은 뒷전이다. 중요한 용재는 유통망도 등급구분도 없다. 저장시설도 거의 없다. 공급안정성이 없는 게 당연하다. 본지 창간 12주년기념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국산재 사용을 희망하는 업체는 89%나 됐으나 공급안정성이 낮다고 대답한 비율(91%)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매년 원목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목재업계는 수입, 국산 따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국산재도 공급이 안정적이라면 당장이라도 사용하겠다(89%)고 응답한 결과를 산림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올 6월에 한국동서발전과 7월에 한국남동발전과 ‘바이오매스 이용촉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보드 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금도 원료난을 겪고 있는데 바이오매스 산물이 발전소로 들어가게 되면 타격이 크다는 주장이다. 지난 해 이미 원료난으로 한 개의 파티클보드 공장이 문을 닫은 사례가 있어 엄살이 아니라 분명한 현실이다.
녹색성장을 외치는 정부 정책에 산림청의 대응은 ‘엇박자 부르스’ 추는 꼴이다. 이웃 일본의 세이호쿠 기업은 ‘목재는 백 년에 걸쳐 3번 이용’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제품이 만들어져 수명이 다하면 해체해 다른 제품으로 재이용하고 이 제품의 수명이 다하면 분쇄해 보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보드의 수명이 다하면 태워서 열에너지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산림청은 배워야 한다.
산림청은 발전소와 MOU를 맺기 전에 국내의 제재소와 MOU를 맺어 국산재의 공급을 책임지는 정책을 펴야 한다. 임지잔재를 세금을 낭비해 치워 발전소로 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고급목제품을 국산화하려는 강한 정책의지를 가져야 한다. 용재를 얻기 위해 벌채하고 그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임지잔재와 임지잔재만을 얻기 위한 결과는 매우 다르다. 곱창 얻기 위해 소 잡는 꼴이다. 제재소에서 발생하는 수피나 톱밥을 태운다면 몰라도 임지잔재를 수거해 발전소 연료로 공급하고자 하는 발상은 이전에 경험했던 펠릿정책과 같은 과정을 반드시 겪을 것이다.
목재 원료의 에너지화는 산림정책의 맨 마지막 순위여야 한다. 산림청은 국산재의 공급안정성을 높이고 국산목재제품의 수명을 길게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고탄소배출산업의 산물인 철재나 플라스틱 제품을 목제품으로 대체하는 데 앞장 서야 한다.  
또한 멀쩡히 제품화 할 수 있는 목재를 불쏘시개로 전락시키는 반환경적 정책을 펼친다면 산림청장은 우리나라 임업을 이끌어갈 수장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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