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인대패교실 조성전 대표

 본인은 지난 2월16일자 제266호 한국목재신문의 ‘갈라진 광화문 현판,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목공업 종사자의 의견으로 7가지 균열원인과 재제작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방송, 신문매체에서 다시 불거지고 있듯, 금강송이 아닌 일반 육송을 사용했다는 의혹이라던가, 지켜지지 않은 목재 함수율 문제 등은 7가지 원인 분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금강송 사용 여부와 목재의 함수율 자체는 균열의 직접 원인과는 연관이 크지 않은, 별개의 문제기 때문이다.

나무는 유기체이기에 변형을 가져온다. 틀어지고 휘어지고 갈라지며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목공에서는 이러한 나무의 변형에 대비하기 위해 목재의 수종 선택, 제재방법, 건조·숙성을 위한 보관방식에서부터 도면작성, 재단, 마감 등 제작 전 과정과 완성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변형까지 염두하고 여러 방법들을 부여해 나무의 변형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이에 최근 발표된 새 현판제작과 관련한 몇 가지 안에 대해 부연 설명하고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문화재청이 보도한 바대로 직경 80㎝ 이상, 수령 100년 이상, 3년 이상 자연건조된 금강송을 현판 판재로 사용한다는 문화재청의 계획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판재 한 장의 폭은 45㎝인 기존 현판보다 작은 30㎝가량이 돼야 하며 판재 개수도 당연히 늘어야 할 것이다. 정목제재의 경우 심부분과 변재를 제외하고 통상 원목 직경의 3분의 2정도 크기의 판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판재 한 장의 폭을 40~45㎝로 하려면 제재할 원목은 최소한 직경이 130㎝ 이상이어야 한다. 과연 이 정도 크기의 금강송 원목을 확보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또한 판재 이음방식으로 제시된 주먹장(띠열장) 방식은 수축팽창률이 적은 심재부분의 연결이음에는 적합할 수 있으나 변재쪽 이음에 있어서는 주먹장 같은 강한 물림은 판재의 폭 방향으로의 수축팽창을 방해할 우려가 제기되므로 문화재청의 신중한 검토를 바란다.

더불어 판 이음 시 본딩에 있어서도 이음 부분에 2분의 1만 본딩을 함으로써 두께 방향에 수축팽창을 방해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 현재 일반적 목구조물에 사용되는 화학접착제는 접착력은 강하나 내구연한이 보증돼 있지 않으므로, 원형 복원 취지에도 부합되고 신축력 좋은 전통어교를 접착제로 채택해주길 바란다.

본인이 균열된 광화문 현판의 도면이나 시방서를 수소문해 본 바에 따르면, 설계도면에는 현판에 규격 정도만 명시돼 있다고 들었다. 중요문화재를 복원하고 상징하는 현판제작에, 상세 도면이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광화문 현판은 일반 서각현판들과는 비교되지 않는 크기의 목구조물이다. 목공에서는 작은 소품제작이라도 도면작성이 필수적이다. 수종, 규격, 적용 기법, 마감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사항이 작성된다. 새 현판의 시방서에는 수종(금강송)뿐 아니라 목재의 함수율과 평균수축률까지도 기재돼야 한다.

나는 목재전문가도 문화재 전문가도, 학자도 아니다. 단지 나무를 만지고 다루는 기능인일 뿐이다. 하지만 나무는 나무를 오래 만져보고 다뤄본 사람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더군다나 우리 목공인은 문화재, 특히 목조문화재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실무 목공인이 새 현판의 제작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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