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산업㈜ 김종화 이사
지난달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개최된 F1코리아그랑프리가 국내 자동차경주 마니아들에게 가슴 설레는 이벤트였다면, 나에겐 F1경기장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F1경기장의 건설에 일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그 중에서도 한국적인 특징을 살려낼 수 있었던 ‘한식육교’를 세우는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장이 57.2m에 폭이 3.6m인 한식육교는 신라 월정교의 스타일로 전통한옥 회랑식 루교다. 아치형의 교량이 아닌 평교로서는 최대지간이 국내에서 가장 긴 45m의 규모로, 이 것은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건축물일 것으로 보인다.

60m가량의 한식육교를 만들어내는 데 기술력과 자재의 품질에는 문제가 없었다. 시공에 100일은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지만, 주어진 시간은 50여일 남짓이었다.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큰 문제였다. 추석을 반납해가며 온종일 매달렸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앞에 나타났다. 서킷(경주용 도로) 위에 세워져야 할 육교인데, 당시 서킷 공사가 한창이어서 설치될 현장에서 작업이 안 된다는 통보였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경기인 만큼 도로의 사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청천벽력이었다. 도대체 공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답답한 노릇이었다.

고심 끝에 우리는 육교를 다른 공간에서 조립해 현장으로 가져와 설치하기로 했다. 다행히 조립자체는 현장에서 바로 올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육교를 들어올리고 운반하는 일이었다. 하중이 잘못 전달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었다. 무게만도 120톤에 달하는 육교였다. 이를 옮기기 위해 멀티트랜스포터 4기를 동원했고, 각각 400톤과 500톤을 들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을 투입했다.

모두가 성공에 반신반의했던 작업이었고, 그 과정 또한 열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못할 것은 없었다. 대형 목구조에 관해서는 세계최고라는 기업들도 꺼려하던 작업이었기 때문에 성공의 의미가 더 크다. 할 수 있다는 신념과 기술력,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해외에서도 “한국의 기술력이 이정도 까지 올라섰는가”하는 감탄이 이어졌다. 어쩌면 우리 기술의 해외진출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적으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것이 확실한 신념으로 자리잡았다. 첫째, 목재를 통해 표현이 불가능한 건축물이 없다는 점이며, 둘째, 우리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경쟁할 만큼 성장했다는 점이고, 셋째, 의지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하향세를 걷고 있다는 우리 목재산업이지만, 결코 목재산업을 떠날 수 없음은 이 같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며 아직 우리에겐 잠재된 시장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F1경기장의 한식육교가 우리 목재인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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