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김태인 대표
오늘날 건축에 주로 사용되는 시멘트의 수명은 기껏해야 70~100년이다. 반면 목재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가는 소재이다. 국내 현존하는 최고(最古) 목조건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이 130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 건재한 이유는 원칙을 지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목재는 1년도 되지 않아 썩고 뒤틀리고 터지기도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건조·가공·방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직도 적지 않은 방부목이 건조과정 없이 방부를 하고 있다. 수분이 가득 차 있는 나무에 방부액이 제대로 침투될 리 없다. 그러니 엉터리 방부목이 되고 그런 제품은 얼마 못 가 하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 나무를 파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나무를 모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부분 목재를 전공한 사람이 생산부터 영업까지 다 담당을 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도 나무를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통용되는 것이다. 재, 사이 등 단위조차 알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선택을 하겠는가? 목재는 음식처럼 사용 후에 효과를 금방 알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막연히 목재가 좋다는 생각에 목재를 구입했던 소비자는 하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목재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목제품에 대한 관리감독의 부재이다.

정부기관이 목제품에 대한 규격을 만들고 이를 관리감독 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규격 및 제조사 표시가 제대로 돼있지 않으니 제품에 하자가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사후관리가 불가능한 것이다. 볼펜 한 자루도 다 관리가 되고 있는 이 나라에 나무만은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아직까지 권장사항일 뿐인 목제품 품질표시제는 반드시 강제법이 돼야 한다.

‘미켈란젤로의 양심’이라는 말이 있다.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화를 그리고 있던 미켈란젤로를 방문한 한 친구가, 가까이서도 잘 보이지 않는 구석의 작은 부분조차 너무나 세심하게 그리고 있는 그를 보고 “잘 보이지도 않는데 무얼 그리 정열을 쏟는가? 아무도 모를테니 대충 마무리하게”라고 핀잔을 주었다. 이에 미켈란젤로가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대답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비록 모두가 양심을 지키지 않을지라도, 지켰는지 아닌지조차 아무도 모를지라도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제대로 공정을 지킨 생산자들이 많아질 때 목재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장에서는 결국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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