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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목재인물사| 동명목재상사강석진(姜錫鎭회) 장편( 20 ) 기다란 담뱃재가 설계도면위에 떨어져도 강석진 회장이 1967년 부산상공회의소 제6대 회장으로 취임해, 1976년 제8대 회장으로 임기를 마감하기까지 10여년간 강 회장을 보필했던 김정웅 씨(당시 부산상공회의소 수출진흥 자료실장)의얘기를 들어보자. 부산시 중앙동 소재5층 건물인 부산상공회의소 회관은 일제 시대에는 미나가이 백화점이었고, 6.25 동란 중에는 제5육군병원으로 이용됐던 건물이었습니다. 이건물을 부산시가 1967년 3월에 인수해 대대적인 수리공사를 하고, 그해 10월부터 부산 상공회의소 회관으로 사용했죠. 이 건물은 부산에서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로서 당시에는 가장 우수한 시설을 자랑하는 건물이 었습니다. 강회장은 행사가 없는날에는 4층 회장실까지 항상 엘리베이터를 타지않고 계단을 이용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회장실이 있는 4층 입구복도쪽에 총무부가 있었는데, 총무부에 오주사라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강 회장이 4층 입구 복도를 지나칠 때면 으레 오주사는 기다렸다는듯이 벌떡일어나‘회장님, 안녕하십니까?’하고 큰소리로 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여느때처럼 오주사가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강 회장은 갑자기 큰 소리로 오 주사를 꾸짖었습니다. ‘이 녁은(강 회장이 즐겨 쓰던‘이 녀석’ 의사투리) 맨날 할일 없이 나만 보고있나. 인사보다 이녁할일이나 하게.’ 강회장은사무실에 들어선후에도 계속 불쾌한 듯 무엇인가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조금전 그런일이 있었는지전혀모르고 있던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회장님, 오늘 무슨 불쾌한 일이 있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무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떤 직원의 고함소리에 잊어버렸다’고 말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아마도 강회장은 그날처음 오주사의 인사를 들은것 같습니다. 그이후 이소문을 들은 직원들은 복도에서 강 회장을 만나도조용히 목례로 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또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강회장은 평소 즐겨 사용하는 금테 두른 상아 파이프에 담배를 끼우고 피우기 시작하면서‘, 이녁들 내말 들어보레, 내보고 다들 부자라한다. 그리고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끊으라한다. 그러나 나는 이걸 피우면 좋은생각이 많이 나기 때문에 끊을수가 없다. 담배를 피울때는 무엇인가 생각하기 때문에 피우는 건데, 끝까지 생각하지도 않고 버린다면 안 피우는 것이 훨씬 건강에도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고 말씀하시는것이었습니다. 사실 강회장은 설계도면 작성을 할때 줄곧 담배를 피우면서 작업을 하시는데, 담배 파이프에 끼운 담배의 재를 거의 털지않기 때문에 기다란 담뱃재가 도면 위에 떨어질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도면 중간중간에 담배구멍이 숭숭 뚫려있을때가 많았습니다. 강 회장이 담뱃재를 털지않고 피우는것은 생각할때는 일에 몰두해서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것 입니다.

2009년 10월1일 233호

김상혁 wwic@ha 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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