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겸임교수 박상범/ph.D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겸임교수 박상범/ph.D

라. 유동성형가공(플라스틱화)

1) 특징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이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은 주로 석유나 석탄을 주원료로 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이라 하면 유기고분자 물질 중에서 형태를 갖출 수 있는 천연수지 및 합성수지를 총칭하나 대개 합성수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수지는 가열에 의해 연화, 유동하며 또한 임의의 형태로 성형할 수 있는 성질 즉, 가소성(plasticity)을 가지므로 플라스틱이라 한다.

특히 열가소성수지는 일반적으로 유기용매나 물 등에 용해되지만, 목재는 가열하더라도 성형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게 되지 않으며 유동이나 용해 등은 일어나지 않는다. 목재는 열에 대해 둔감한 재료이다. 예로서, 목탄의 횡단면에는 연륜 구조가 남아있는데, 이는 목재가 탄화온도까지의 고온에 도달하여도 유동화되지 않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목재는 보통 5mm 정도 이하로 미분화되어 섬유성을 상실하면, 접착제 등 결합제의 보조재료가 없으면 시트 등으로의 성형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어떤 분말상의 모양으로 존재하더라도 용융 성형할 수 있는 열가소성 고분자와는 매우 다른 특징이다.

또한, 목재 자체는 물론이고 설사 화학적 처리를 실시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용제에 녹아 용액이 되는 일은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목재의 이와 같은 성질은 ① 목재 중의 셀룰로오스가 부분적으로 결정화된 고분자라는 점 ② 리그닌이 3차원 망상구조의 분자량이 무한대의 초거대 고분자로서 목재 중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점, 그리고 ③ 리그닌‧다당결합체(LCC) 등 목재성분 간의 화학결합이 존재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오늘날의 목재화학의 일반개념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비교적 간단한 화학처리에 의해 목재를 가열하여 유동, 용융할 수 있는 재료, 더 나아가 유기용매에 균일하게 용해하는 재료로 전환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문제는 검토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명확한 점이 많지만, 현재까지 얻어진 지식을 정리하여 목재의 가소화와 목재 구성성분의 분자구조 특히 리그닌의 구조와의 관계에 대하여 기술한다.

Seki 등은 2020년 일본산업기술총합연구소 신기술설명회 발표자료를 통해 목재 유동성형의 종래기술과 신기술의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물로 포화된 포수목재를 가열·압축하면 세포벽이 변형되고 세포내강이 부서져 제대로 된 형상의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 한편, 페놀이나 멜라민수지를 목재에 함침한 다음 가열·압축하면 약간의 유동성이 부여되어 제품의 성형이 가능하다(그림 24 참조).

그림 24.목재 블록의 유동성형 모식도

<그림 24>는 목재 원판이 금형 안에서 녹아 점토처럼 변하며 유동성형되어 작은 술잔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영상을 부분 캡쳐한 것이다. 일본 TBS 방송 채널 “지구에 미소를 가져다주다 week”에서 “평범한 나무가 점토처럼 자유롭게 변형될 수 있다! 상식을 뒤엎는 지구친화적 기술”을 최근 소개하였다(2021.04.26.) 일본이 세계 최초의 목재유동성형 기술을 사용하여 플라스틱을 대체할 미래를 위한 다용도 소재를 만들고 있음을 여러 실험을 통해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림 25. 목재 원판의 유동성형에 의한 술잔 제조 과정

서로 다른 3종의 페놀수지 단판을 가열·압축하면 3수종이 혼합된 제품의 성형이 가능하다. <그림 26>에서는 페놀수지 함침 삼나무 단판의 트랜스퍼성형에 의해 제조된 접시제품과 페놀수지 함침 3종(소나무, 대나무 및 매화나무)의 단판을 서로 접합한 다음 후방압출성형에 의해 제조된 작은 술잔 제품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 제품 속에는 경화된 플라스틱이 그대로 잔존한다는 점에서 100% 천연 목재로만 만든 것은 아니다. 즉, ① 석유 유래의 수지 등의 첨가 제가 함유된다. ② 목재의 수산기가 제품 내에 잔존하므로 내수성에는 한계가 있다. ③ 페놀수지와 같은 열경화성(熱硬化性, thermosetting) 첨가제는 재성형(再成形)이 안 된다는 단점 등이 존재한다.

그림 26. 각종 첨가제(물, 페놀수지)로 처리된 목재의 유동성형 및 그 제품

Seki 등은 업셋단조(--鍛造, upset forging)를 통해 열경화성 페놀수지로 함침된 대나무의 유동성을 이용하여 0.4mm 두께의 스피커 진동 콘을 제조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그림 27>. 페놀은 고온 하에서 목재를 녹이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대나무는 목재보다 섬유가 길고 질겨 얇은 진동 콘의 제조에 목재보다 유리하다. 업셋단조란 봉재(棒材)의 끝부분이나 중간부를 축 방향으로 압축하여 지름이 큰 부분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그림 27. 페놀수지 함침 대나무 블록의 유동성형으로 만들어진 스피커 진동 콘

그러나 목재에 목재와 화학적으로 반응하는 가소제를 첨가하고 가열·압축하면 세포간층((세포와 세포 사이를 접착하는 부분, 일명 중간층)이 서로 미끄러지면서 유동현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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